동경공략
-홍콩의 일본 공략
홍콩영화는 언제나 군단을 이루어 침투한다. 전성기라 불리는 80년대 초부터 되짚어보면, <프로젝트 A>류의 코믹 권격영화, <강시선생> 등 수많은 강시영화, <천녀유혼>이 이끈 일련의 귀신영화에서 '홍콩 느와르'라 이름 지어진 넓은 품에는 경찰, 킬러, 감옥물 등 수많은 세부장르를 담고 있었다.
90년대에 들어선 코믹물은 주성치의 선전으로 겨우 명맥을 잇고, 서극이 부활시킨 무협물이 전반기를 채우더니, 홍콩반환을 전후로 멜로물의 득세와 <미션 임파서블>을 헐리웃이 선보이던 97년 이후로는 첩보, 형사 액션 혹은 SF 무협물의창궐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지금도 이 둘의 교차 전략이 여전한데 촬영 출신 마초성 감독이 들고 온 <동경공략>도 이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첨밀밀>, <홍번구>의 촬영감독으로 알려진 그의 세 번째 작품 <동경공략>은 전작 <성원>, <환영특공>과 최근작와 함께 멜로와 첩보물을 오가는 홍콩 영화계의 경향 축소판이다.
영화는 린(양조위)이 우산을 들고 괴한들과 싸우는 뮤직비디오 한편으로 시작한다. 약혼자를 찾아 일본에 온 메이시(진혜림)과 실내장식 대금을 받으러 따라온 용(정이건)이 약혼자 다까시(나까무라 오루)를 이미 쫓고 있는 린과 합류하며 풀어 가는 이야기는 넘치는 몸싸움과 줄 이은 폭발씬으로 홍콩영화의 갈 길이 헐리웃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본드걸처럼 홍콩의 젊은 여배우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눈요기는 그저 할만 하고, 왕가위와 함께 지내느라 오랜만에 오락물로 돌아온 양조위의 환한 웃음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물론 <화양연화>를 기다려야만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동경공략>이 일련 홍콩 첩보물에 조금 더 나아가 있는 것은 촬영감독 냄새가 나는 색감 있는 짜임새다.
비밀에 둘러싸여 있는 모든 등장인물의 생활구역은 차가운 금속 질감으로 한정시켜 놓고, 베일이 하나씩 걷히는 곳에선 풍부한 원색으로 처리한 색조구성은 개중 미덕에 속한다.
아쉬운 것은 무료한 반전이 극의 흐름을 거슬러 가고, 과도한 음악이 전편을 장악해, 스타일과 함께 영화계에선 새롭지만 음악계에선 고리타분한 이식을 했다는 것, 즉 퀵줌과 스텝프린팅, 슬로우 모션과 리플레이까지 넣어가며 영화는 전편에 걸쳐 스타일과 음악에 얹혀있는 모습이다. 스타일의 과잉은 확연한 내러티브에 손상을 가해 영화는 심각함과 유머를 오가다 길을 잃어버린다. 이들의 빈번한 교차로 울고 있는 여배우에 대한 감정이입을 막아 헛웃음을 짓게 하는 식이다. 또, 넓게 퍼진 캐릭터들과 플롯마저 번잡함에 일조한다.
하지만 <동경공략>이 보여준 홍콩 일본 합작은 오히려 성공에 가깝다 하겠다. 특이한 캐릭터로 조연의 자리를 빛낸 두 명의 일본 배우들과 조화는 이제껏 보지 못한 동양 합작 영화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한다. 배경을 동경으로 삼고 일본 배우를 기용해 큰 시장 침투에 용이하도록 접근한 공략법도 배울 만 하다. 예술과 산업의 절반씩을 가진 야누스의 얼굴. 영화는 국경을 넘어야만 하는 비싼 매체다. 안으로만 향해있는 눈을 이제 우리도 들어야 때가 임박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17)
-홍콩의 일본 공략
홍콩영화는 언제나 군단을 이루어 침투한다. 전성기라 불리는 80년대 초부터 되짚어보면, <프로젝트 A>류의 코믹 권격영화, <강시선생> 등 수많은 강시영화, <천녀유혼>이 이끈 일련의 귀신영화에서 '홍콩 느와르'라 이름 지어진 넓은 품에는 경찰, 킬러, 감옥물 등 수많은 세부장르를 담고 있었다.
90년대에 들어선 코믹물은 주성치의 선전으로 겨우 명맥을 잇고, 서극이 부활시킨 무협물이 전반기를 채우더니, 홍콩반환을 전후로 멜로물의 득세와 <미션 임파서블>을 헐리웃이 선보이던 97년 이후로는 첩보, 형사 액션 혹은 SF 무협물의창궐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지금도 이 둘의 교차 전략이 여전한데 촬영 출신 마초성 감독이 들고 온 <동경공략>도 이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첨밀밀>, <홍번구>의 촬영감독으로 알려진 그의 세 번째 작품 <동경공략>은 전작 <성원>, <환영특공>과 최근작
영화는 린(양조위)이 우산을 들고 괴한들과 싸우는 뮤직비디오 한편으로 시작한다. 약혼자를 찾아 일본에 온 메이시(진혜림)과 실내장식 대금을 받으러 따라온 용(정이건)이 약혼자 다까시(나까무라 오루)를 이미 쫓고 있는 린과 합류하며 풀어 가는 이야기는 넘치는 몸싸움과 줄 이은 폭발씬으로 홍콩영화의 갈 길이 헐리웃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본드걸처럼 홍콩의 젊은 여배우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눈요기는 그저 할만 하고, 왕가위와 함께 지내느라 오랜만에 오락물로 돌아온 양조위의 환한 웃음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물론 <화양연화>를 기다려야만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동경공략>이 일련 홍콩 첩보물에 조금 더 나아가 있는 것은 촬영감독 냄새가 나는 색감 있는 짜임새다.
비밀에 둘러싸여 있는 모든 등장인물의 생활구역은 차가운 금속 질감으로 한정시켜 놓고, 베일이 하나씩 걷히는 곳에선 풍부한 원색으로 처리한 색조구성은 개중 미덕에 속한다.
아쉬운 것은 무료한 반전이 극의 흐름을 거슬러 가고, 과도한 음악이 전편을 장악해, 스타일과 함께 영화계에선 새롭지만 음악계에선 고리타분한 이식을 했다는 것, 즉 퀵줌과 스텝프린팅, 슬로우 모션과 리플레이까지 넣어가며 영화는 전편에 걸쳐 스타일과 음악에 얹혀있는 모습이다. 스타일의 과잉은 확연한 내러티브에 손상을 가해 영화는 심각함과 유머를 오가다 길을 잃어버린다. 이들의 빈번한 교차로 울고 있는 여배우에 대한 감정이입을 막아 헛웃음을 짓게 하는 식이다. 또, 넓게 퍼진 캐릭터들과 플롯마저 번잡함에 일조한다.
하지만 <동경공략>이 보여준 홍콩 일본 합작은 오히려 성공에 가깝다 하겠다. 특이한 캐릭터로 조연의 자리를 빛낸 두 명의 일본 배우들과 조화는 이제껏 보지 못한 동양 합작 영화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한다. 배경을 동경으로 삼고 일본 배우를 기용해 큰 시장 침투에 용이하도록 접근한 공략법도 배울 만 하다. 예술과 산업의 절반씩을 가진 야누스의 얼굴. 영화는 국경을 넘어야만 하는 비싼 매체다. 안으로만 향해있는 눈을 이제 우리도 들어야 때가 임박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17)
'누크의 사선(국어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적비연수] 흔들리는 제작의 힘 (0) | 2000.11.08 |
---|---|
[로망스] 그녀의 방랑벽 (0) | 2000.11.02 |
[스페이스 카우보이] 새로울 손가 우주의 표현이여! (0) | 2000.10.19 |
[뉴욕의 가을] 안타까운 가슴의 병 (0) | 2000.10.10 |
[공동경비구역]이 남길 흔적 (0) | 2000.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