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가 남길 흔적.
<공동경비구역 JSA>가 추석 연휴를 지낸 개봉 5일만에 서울 관람객 40만을 넘어섰다. 여전히 높은 좌석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는 지금까지 흥행성적 만으로도 역대 한국영화 최대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또 한번의 '<쉬리> 신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된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갖는 미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판문점 주변을 배경으로 하고 남북간의 총격전을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버거운 이데올로기에 대한 짐을 비껴나가 사람 사는 풋풋한 모습을 담은 것에서부터 공감할 만큼 호연한 주연 배우들과 기술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화면에 과감한 결론까지 다방면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잇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을 실감하면서 드는 생각 몇 가지.
첫째, '남북대치상황'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소재로 자리잡았다. 옛 북침을 외친 이승만 정권부터 반공의 박정희 정권을 위시한 악명 높은 보안법, 군사정권 시절까지. 꽁꽁 묶여있던 금역, 북한은 <쉬리> <간첩 리철진>등 흥행에 성공하거나 호평을 받은 영화들이 연이으면서 관심 있는 소재로 떠올랐다.
현재 상황에서 이제껏 애써 감춘 것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다각도 관찰을 통한 소재의 깊이와 남북화해 분위기의 순풍을 얻어 보다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둘째, 대중이 원하는 것은 역시 비장미와 유쾌미다.
이 둘을 잘 버무릴 수 있다면 최상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흐름만 자연스러우면 끄덕이며 입소문을 더한다는 점. 외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주로 스케일에 중심축이 있다면, 우리 영화에 대한 초점은 심리적 일체감에 있다고 하겠다. 스케일을 앞세우면서도 애절한 사랑을 담은 <타이타닉>이나, 보기 드문 파괴적 연인이 있던 <쉬리>의 예가 그 대표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서로 가까워지고 접점을 찾게 되겠지만, 코미디는 여전히 우리영화가 강세임을-작년, 올 초반 최고 흥행작이었던 <주유소 습격사건>, <반칙왕>- 알 수 있다.
셋째, 입맛에 꼭 들어맞는 음악의 필요성이다.
<접속>을 통해 O.S.T의 시장성을 확인한 우리영화의 선곡능력은 여전히 오리지널 스코어보다 앞서 있다. 옛 시절 팝송이 모든 것을 지배했을 때처럼 영화음악은 여전히 구습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공동경비구역 JSA>의 선곡은 다소 안심스럽다. 김광석 한 대수를 위시한 우리 음악 선곡은 이전까지 음악들이 분위기에 편승한 '무드음악'이었음에 반해 내용을 덧입힌 '영화음악'으로 보다 확실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좋은 평을 받은 <은행나무 침대>나 <주유소 습격 사건> 등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우리 영화에 자리 잡게 하는 징검다리이거나, 묻혀있던 우리 노래들을 뒤적여 찾게 하는 추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보기의 교육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대자본이 들어간 잘 만들어진 모양을 갖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취향인 B 무비의 냄새가 곳곳에서 난다. 이는 차후 낯선 영화들-<개그맨> <삼인조> <미지왕> <진짜사나이> <기막힌 사내들>같은-이 조금씩 이해될 만한 분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확연해서 촌스러운 모티브를 은근히 감춤으로써 관람 후 사고하는 습관과 생략과 반복으로 틈을 채워 넣은 수고를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성공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대부분 극장들이 장기상영을 약속하고 있고, 별다른 헐리웃 대작들의 개봉이 예정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공동경비구역 JSA>의 바람은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투캅스>와 <쉬리>로 영화 산업의 중심에 진입한 강우석, 강제규감독처럼, 박찬욱감독의 행보가 이어질는지 의심스럽지만, 적어도 한국영화의 폭을 넓히는데 일조 할 수 있는 힘을 그가 얻은 듯해 기쁘다.
여전히 영화의 기본은 이야기하기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추석 연휴를 지낸 개봉 5일만에 서울 관람객 40만을 넘어섰다. 여전히 높은 좌석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는 지금까지 흥행성적 만으로도 역대 한국영화 최대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또 한번의 '<쉬리> 신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된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갖는 미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판문점 주변을 배경으로 하고 남북간의 총격전을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버거운 이데올로기에 대한 짐을 비껴나가 사람 사는 풋풋한 모습을 담은 것에서부터 공감할 만큼 호연한 주연 배우들과 기술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화면에 과감한 결론까지 다방면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잇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을 실감하면서 드는 생각 몇 가지.
첫째, '남북대치상황'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소재로 자리잡았다. 옛 북침을 외친 이승만 정권부터 반공의 박정희 정권을 위시한 악명 높은 보안법, 군사정권 시절까지. 꽁꽁 묶여있던 금역, 북한은 <쉬리> <간첩 리철진>등 흥행에 성공하거나 호평을 받은 영화들이 연이으면서 관심 있는 소재로 떠올랐다.
현재 상황에서 이제껏 애써 감춘 것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다각도 관찰을 통한 소재의 깊이와 남북화해 분위기의 순풍을 얻어 보다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둘째, 대중이 원하는 것은 역시 비장미와 유쾌미다.
이 둘을 잘 버무릴 수 있다면 최상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흐름만 자연스러우면 끄덕이며 입소문을 더한다는 점. 외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주로 스케일에 중심축이 있다면, 우리 영화에 대한 초점은 심리적 일체감에 있다고 하겠다. 스케일을 앞세우면서도 애절한 사랑을 담은 <타이타닉>이나, 보기 드문 파괴적 연인이 있던 <쉬리>의 예가 그 대표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서로 가까워지고 접점을 찾게 되겠지만, 코미디는 여전히 우리영화가 강세임을-작년, 올 초반 최고 흥행작이었던 <주유소 습격사건>, <반칙왕>- 알 수 있다.
셋째, 입맛에 꼭 들어맞는 음악의 필요성이다.
<접속>을 통해 O.S.T의 시장성을 확인한 우리영화의 선곡능력은 여전히 오리지널 스코어보다 앞서 있다. 옛 시절 팝송이 모든 것을 지배했을 때처럼 영화음악은 여전히 구습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공동경비구역 JSA>의 선곡은 다소 안심스럽다. 김광석 한 대수를 위시한 우리 음악 선곡은 이전까지 음악들이 분위기에 편승한 '무드음악'이었음에 반해 내용을 덧입힌 '영화음악'으로 보다 확실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좋은 평을 받은 <은행나무 침대>나 <주유소 습격 사건> 등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우리 영화에 자리 잡게 하는 징검다리이거나, 묻혀있던 우리 노래들을 뒤적여 찾게 하는 추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보기의 교육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대자본이 들어간 잘 만들어진 모양을 갖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취향인 B 무비의 냄새가 곳곳에서 난다. 이는 차후 낯선 영화들-<개그맨> <삼인조> <미지왕> <진짜사나이> <기막힌 사내들>같은-이 조금씩 이해될 만한 분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확연해서 촌스러운 모티브를 은근히 감춤으로써 관람 후 사고하는 습관과 생략과 반복으로 틈을 채워 넣은 수고를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성공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대부분 극장들이 장기상영을 약속하고 있고, 별다른 헐리웃 대작들의 개봉이 예정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공동경비구역 JSA>의 바람은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투캅스>와 <쉬리>로 영화 산업의 중심에 진입한 강우석, 강제규감독처럼, 박찬욱감독의 행보가 이어질는지 의심스럽지만, 적어도 한국영화의 폭을 넓히는데 일조 할 수 있는 힘을 그가 얻은 듯해 기쁘다.
여전히 영화의 기본은 이야기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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