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법칙.
유괴사건에선 현장수사는 금물.
윗 분들은 골프치느라 바쁘고,
일선 경찰들은 경비절감에 지겹다.
본부의 부국장이 납치된 건
경찰 내부 명칭인 부사장을
친구들에게 말한 아들에서 시작한 것.
아니,
높아 가는 상위와 낮아지는 하위의 간격
그 자체였을 수도.
모토히로 가쓰유끼 감독은 TV PD 출신.
<춤추는 대수사선> 역시,
후지 TV의 시리즈물을 필름으로 옮긴 것이다.
TV시리즈물의 영화화는
익숙한 등장인물들이 커다란 스크린에서
스케일을 무기로 삼는 것이 일반이다.
그런 터라 보통 SF나 첩보 액션물의 영화화가 빈번하고
- 미션임파서블, 로스트 인 스페이스, X파일, 스타트렉 등 -
그 역 또한 그렇다
- 크로우, 니키다, 애들이 줄었어요 등.
하지만
법칙은 단하나.
자본의 흐름을 따른다는 것.
거기에 관객은 박자를 놓기도 맞추기도 한다.
@우선순위
강에 흘러온 익사체의 위 속엔
곰인형이 들어 있고,
조사결과 피해자는 자살 사이트 회원이었다.
같은 날, 본부의 부국장이 납치되었고,
범인으로부터 1억엔의 몸값요구 전화가 온다.
경찰서장의 경비절감구호로
익사체 사건의 특별수사본부 개설을 유보하고 있을 즈음,
본부의 수사대가 몰려와 특별수사본부를 개설하고,
경찰서 내부 절도사건 역시 일어난다.
모든 수사력은 부국장 납치사건에 집중되지만,
본부가 파견된 지방경찰서의 형사
아오시마(오라유지)는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신세.
<춤추는 대수사선>은
동시에 일어난 세 가지 사건을
아오시마 경사를 중심으로 엇갈리게 하며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오프닝에서부터 모토히로 감독은
익숙한 바스트샷에서
내러티브를 열심히 설명하는
효과음과 음악까지 TV의 기질을 그대로 선보인다.
하지만,
영화적인 건 무엇이던가?
그저 관객에 익숙한 것이
이제 우선 순위에 오른다.
@단도직입
기껏 두시간짜리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의 배경은 언제나 짐이 된다.
'영상 해독력'을 믿기엔
관객들의 변덕은 예상하기 어렵다.
시리즈물이 영화화될 때는
이미 정형화된 TV 속 인물들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사건에 직접 다가설 수 있는
이른바 '단도직입'.
<춤추는 대수사선>의 인물들은
확고한 개성을 이미 지니고 있지만
시리즈물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도
뭔가 익숙한 기분이 들게 한다.
사건 발생 3일 내내
중구난방 뛰어 다니는 아오시마는
실수에 실수를 얹혀져 살갑고,
본부의 무로이 또한
잔뜩 힘준 얼굴 근육에도 낯설지 않다.
극의 시작부터 인물의 등장서부터
캐릭터는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자신의 위치에 아무도 혼란해 하지 않는다.
연재물의 종결편처럼.
하지만
뭔가 씁쓸하지 않은가?
관객들이 모르는 새
이미 일본은 만화들로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문화 침투력을 선점하고 있다.
@개혁보수
세가지 사건 해결이라는 플롯은
명확한 인물들의 날쌘 행동으로
잘 짜인 퀼트처럼 이가 맞물려 있다.
이를 하나씩 해결하면서도
인물들은 성취감 아닌 생존력에 매달린다.
모두는 자신들이 놓여진 자리에 만족하고,
주어진 임무에 열심이다.
개인보다는 팀, 팀보다는 지휘체계에
집중하면서 경찰영화의 특징에 잘 맞춰 서 있다.
여기에 그쳤다면
웃기는 평범 자체였겠지만
<춤추는 대수사선>의 인물들은
모두 한걸음씩 더 나아간다.
부국장 납치사건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도
자신만의 수사팀을 밀고 가는 아오시마가,
본부의 특수수사팀을 전담한 무로이의 진입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의리나,
경비절감을 외치며 시종 무력한
서장이 보이는 깜찍한 절도나
수사 지침서를 어겨가며
현장에 접근하는 노형사까지
모두들 열심히 틀을 깨려 노력한다.
하지만
모두들 틀 안의 개혁 뿐.
탁월한 추리력의 간호사 출신은
<양들의 침묵>에서처럼 정신병자일 뿐이다.
@자화자찬
<춤추는 대수사선>이 갖는 의식은
상업 TV에 뿌리를 둔 상업영화
꼭 그 만큼이다.
그래도 나긋한 태도로 쉽게 말하는 것 역시
설득력이 갖는 법.
동경대 출신 캐리어조와
상위층의 골프로 보여 주는 경찰 체제의 모순은
날카롭지 않더라도 친절하게 다가온다.
이만큼의 생각이라도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모토히로 감독이 접근한 일본의 경찰 사회가
이만큼 생생하고 인간적이진 않았겠지만.
화면은 아무래도 너무 쉽게 잡고 있다.
(제 발을 찍는 멍청한 짓이지만 쓰고 가야겠다)
친절한 예를 들자면 , 극의 마지막에 선보이는
'영수증 절도법 체포 사건'은
유치한 포커스 인 아웃으로
질을 떨어뜨린다는 식이다.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주말이면 수십편 등장하는
오락물의 한 꼭지같은 장면들은
영화보단 아무래도 TV에 가깝다.
고속 진급의 필수요건,
캐리어조의 일원이 되지 못한 것은
감독 자신이었던 것.
하지만
관객의 힘은 강한 것을.
그들은 스스로 일본 아카데미 13개 부문의 상을 주고받아
제 살을 깎았다.
@순환구조
이야기는 돌아 제자리에 왔다.
이제 일본 영화는 3차 문화개방으로
극단에 서 있는 작품만을 제외하고
활짝 문이 열렸다.
지금까지 찾아온 일본영화의 면목은
'스토리와 익숙함에 강하다'
결국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다져진
우리의 감성은 입으로 떠드는 애국심 같은 것.
경제의 논리로 창은 열어주더라도
문 안에 들어 있는 보물 열쇠는
분명 있어야 한다.
눈뜨고 있는 당신이 꼭.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리니라 (출 20: 16)
유괴사건에선 현장수사는 금물.
윗 분들은 골프치느라 바쁘고,
일선 경찰들은 경비절감에 지겹다.
본부의 부국장이 납치된 건
경찰 내부 명칭인 부사장을
친구들에게 말한 아들에서 시작한 것.
아니,
높아 가는 상위와 낮아지는 하위의 간격
그 자체였을 수도.
모토히로 가쓰유끼 감독은 TV PD 출신.
<춤추는 대수사선> 역시,
후지 TV의 시리즈물을 필름으로 옮긴 것이다.
TV시리즈물의 영화화는
익숙한 등장인물들이 커다란 스크린에서
스케일을 무기로 삼는 것이 일반이다.
그런 터라 보통 SF나 첩보 액션물의 영화화가 빈번하고
- 미션임파서블, 로스트 인 스페이스, X파일, 스타트렉 등 -
그 역 또한 그렇다
- 크로우, 니키다, 애들이 줄었어요 등.
하지만
법칙은 단하나.
자본의 흐름을 따른다는 것.
거기에 관객은 박자를 놓기도 맞추기도 한다.
@우선순위
강에 흘러온 익사체의 위 속엔
곰인형이 들어 있고,
조사결과 피해자는 자살 사이트 회원이었다.
같은 날, 본부의 부국장이 납치되었고,
범인으로부터 1억엔의 몸값요구 전화가 온다.
경찰서장의 경비절감구호로
익사체 사건의 특별수사본부 개설을 유보하고 있을 즈음,
본부의 수사대가 몰려와 특별수사본부를 개설하고,
경찰서 내부 절도사건 역시 일어난다.
모든 수사력은 부국장 납치사건에 집중되지만,
본부가 파견된 지방경찰서의 형사
아오시마(오라유지)는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신세.
<춤추는 대수사선>은
동시에 일어난 세 가지 사건을
아오시마 경사를 중심으로 엇갈리게 하며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오프닝에서부터 모토히로 감독은
익숙한 바스트샷에서
내러티브를 열심히 설명하는
효과음과 음악까지 TV의 기질을 그대로 선보인다.
하지만,
영화적인 건 무엇이던가?
그저 관객에 익숙한 것이
이제 우선 순위에 오른다.
@단도직입
기껏 두시간짜리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의 배경은 언제나 짐이 된다.
'영상 해독력'을 믿기엔
관객들의 변덕은 예상하기 어렵다.
시리즈물이 영화화될 때는
이미 정형화된 TV 속 인물들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사건에 직접 다가설 수 있는
이른바 '단도직입'.
<춤추는 대수사선>의 인물들은
확고한 개성을 이미 지니고 있지만
시리즈물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도
뭔가 익숙한 기분이 들게 한다.
사건 발생 3일 내내
중구난방 뛰어 다니는 아오시마는
실수에 실수를 얹혀져 살갑고,
본부의 무로이 또한
잔뜩 힘준 얼굴 근육에도 낯설지 않다.
극의 시작부터 인물의 등장서부터
캐릭터는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자신의 위치에 아무도 혼란해 하지 않는다.
연재물의 종결편처럼.
하지만
뭔가 씁쓸하지 않은가?
관객들이 모르는 새
이미 일본은 만화들로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문화 침투력을 선점하고 있다.
@개혁보수
세가지 사건 해결이라는 플롯은
명확한 인물들의 날쌘 행동으로
잘 짜인 퀼트처럼 이가 맞물려 있다.
이를 하나씩 해결하면서도
인물들은 성취감 아닌 생존력에 매달린다.
모두는 자신들이 놓여진 자리에 만족하고,
주어진 임무에 열심이다.
개인보다는 팀, 팀보다는 지휘체계에
집중하면서 경찰영화의 특징에 잘 맞춰 서 있다.
여기에 그쳤다면
웃기는 평범 자체였겠지만
<춤추는 대수사선>의 인물들은
모두 한걸음씩 더 나아간다.
부국장 납치사건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도
자신만의 수사팀을 밀고 가는 아오시마가,
본부의 특수수사팀을 전담한 무로이의 진입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의리나,
경비절감을 외치며 시종 무력한
서장이 보이는 깜찍한 절도나
수사 지침서를 어겨가며
현장에 접근하는 노형사까지
모두들 열심히 틀을 깨려 노력한다.
하지만
모두들 틀 안의 개혁 뿐.
탁월한 추리력의 간호사 출신은
<양들의 침묵>에서처럼 정신병자일 뿐이다.
@자화자찬
<춤추는 대수사선>이 갖는 의식은
상업 TV에 뿌리를 둔 상업영화
꼭 그 만큼이다.
그래도 나긋한 태도로 쉽게 말하는 것 역시
설득력이 갖는 법.
동경대 출신 캐리어조와
상위층의 골프로 보여 주는 경찰 체제의 모순은
날카롭지 않더라도 친절하게 다가온다.
이만큼의 생각이라도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모토히로 감독이 접근한 일본의 경찰 사회가
이만큼 생생하고 인간적이진 않았겠지만.
화면은 아무래도 너무 쉽게 잡고 있다.
(제 발을 찍는 멍청한 짓이지만 쓰고 가야겠다)
친절한 예를 들자면 , 극의 마지막에 선보이는
'영수증 절도법 체포 사건'은
유치한 포커스 인 아웃으로
질을 떨어뜨린다는 식이다.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주말이면 수십편 등장하는
오락물의 한 꼭지같은 장면들은
영화보단 아무래도 TV에 가깝다.
고속 진급의 필수요건,
캐리어조의 일원이 되지 못한 것은
감독 자신이었던 것.
하지만
관객의 힘은 강한 것을.
그들은 스스로 일본 아카데미 13개 부문의 상을 주고받아
제 살을 깎았다.
@순환구조
이야기는 돌아 제자리에 왔다.
이제 일본 영화는 3차 문화개방으로
극단에 서 있는 작품만을 제외하고
활짝 문이 열렸다.
지금까지 찾아온 일본영화의 면목은
'스토리와 익숙함에 강하다'
결국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다져진
우리의 감성은 입으로 떠드는 애국심 같은 것.
경제의 논리로 창은 열어주더라도
문 안에 들어 있는 보물 열쇠는
분명 있어야 한다.
눈뜨고 있는 당신이 꼭.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리니라 (출 2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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