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1일에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친구> 소식이 우리 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사내들의 추억’을 건드리면서 개봉 첫 주말 전국 60만을 넘어선 영화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봄 입니다. 우리 영화판에 좋은 소식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주위에도 말입니다.
<쉬리>를 넘어선 <공동경비구역 JSA>가 이제 비디오 대여시장을 다시 한번 휩쓸고 있다. 이제 <공동경비구역 JSA>는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겨우 일년만에 새로 작성한 것 뿐만 아니라, 한미무역통상협정에서 뜨거운 감자 역할을 하는 스크린쿼터제-‘영화진흥법 제28조 (한국영화의 상영의무)’에 의해 극장은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1년에 106일 상영해야 한다.-유지에도 큰 몫을 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지나친 보호는 퇴화를 가져온다’는 불식을 떨치며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을 40%에 가깝게 올려놓았으니 말이다. 거기에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덧붙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경우, 시사회를 개최한 후 기자와 관객들의 반응을 본 극장측들이 앞다퉈 개봉 스크린 수를 늘릴 정도로 우호적인 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수익을 창출하는 식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화에 있어서 흥행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비슷한 예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들 수 있겠다. 개봉 전, -대부분 남자들로 구성된 평자들에 의해- 우호적인 반응을 입수하고, 사상최대를 넘어선 개봉관 수로 첫 주 흥행기록을 갈아 치웠다. ‘18세 미만 관객들이 얼마나 몰래 많이 볼 것인가?’와 ‘여성 관객들의 흥미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이지만, 그래도 좋은 시작임엔 틀림 없다.
괜찮은 구성과 흥미도로 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정지영 감독을 들 수 있다. 한국에 드문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들고 왔던 <블랙잭>과 소설만큼 영화적 재미도 충만한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같은 작품들의 연이은 실패는 여전히 영화계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에 반해 영화적 재미나 작품성보다 언제부턴가 흥행을 몰고 오는 장선우 감독 같은 이도 있다. 덜 여물었던 <성공시대>는 차치하고, <우묵배미의 사랑>과 <화엄경>으로 기대를 불렀던 그는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 돌연 방향을 틀었다. 제작과 소재의 이슈화는 제작자의 역할이 크다 하겠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바리공주>의 선전을 기대하지만, 전작 <나쁜영화>, <거짓말>로 이어졌던 ‘논란영화’들에 대한 우려는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영화의 흥행비결은 어디에 있는 걸까?
영화의 성공은 확률의 문제다. 아래서 다룰 요소들은 단지 흥행의 확률을 높일 수 있을 뿐이다. 어차피 불확정성의 재미를 만끽하는 인생일진대, 그 안을 함께 들여다보자.
흥행의 비밀 그 첫 번째는 ‘사회적 논점을 소재화’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연히 설정될 수도 있지만, 기획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의 패전이후로 강성대국을 꿈꾸던 레이건 정부 시절 만들어진 숱한 ‘전쟁영웅영화’-<람보>, <코만도>, <레드 스콜피온>같은-들이 탄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작년 6월 15일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포옹했다. 분단 반세기만의 이 사건은 신문의 전면을 두 사람이 채우고도 모자라 종일 TV에서 두 정상의 소식을 전할 정도로 관심의 초점이었다. 이어 8월 15일에 이루어진 남북 이산가족 상봉 중계는 세기의 최루성 드라마로 온 국민의 눈시울을 적셨다. 남북대치 상황하의 최전방, 판문점에서 일어난 총격전을 소재로 삼은 <공동경비구역 JSA>가 담고 있는 뜨거운 인간애는 우리의 상황과 맛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남북관계 진전을 소망하던 국민들을 관객으로 변화시키며 추석연휴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었다.
두 번째, ‘감독과 캐스팅’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흔히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의 첫 손에 꼽히는 것은 주연배우와 감독이다. 이 때문에 흥행을 몰고 오는 배우나 감독으로 인정을 받으면 천장부지의 출연료와 연출비를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 최초의 배우 재벌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있는 한석규씨도 미국의 경우를 대비시켜보면 조족지혈이다. 메이저 영화사 평균 제작비가 4000만 달러(한화 약 450억)를 넘어서는 지금, 특A급 남자배우들은 2500만 달러를 넘나드는 출연료에다 흥행에 따른 지분도 함께 챙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유명 감독의 경우도 비슷하다. 자신의 영화사들을 세워 영화의 힘으로 산업의 중심에 뛰어든 스필버그, 캐머론, 루카스의 경우가 그렇다. 제작사 측에서는 스타와 감독의 이름을 빌린 후에야 제작비를 모을 수 있고 이에 따른 비용 증가는 순환의 고리를 맺고 있다. 제작사의 바람에 정확히 비례하지 않더라도 관객은 여전히 자신들이 선호하는 배우와 감독을 찾아가고 있다. 영화가 설득하는 최소한의 고리만 가지고 있다면, 배우와 감독은 관객을 끌어들여 흥행을 이루는 커다란 열쇠다.
세 번째는 ‘대중 매체의 힘’이다. 영화에 대한 일말의 정보가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영화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일일이 토요일이면 극장에 가서 확인할 것인가, 아님 길가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통할 것인가? 매주 금요일이면 영화면을 마련하는 일간지를 비롯해 여섯 개의 영화전문 주,월간지와 모든 잡지들이 담고있는 영화정보와 공중파, 케이블TV, 라디오의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매체에서 알려주는 영화 정보의 양은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이들 매체가 칭찬하는 영화들은 적어도 개봉초기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통 영화들의 흥행성적은 개봉 첫 주말이 최상임을 생각할 때 매체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할 것은 가장 커다란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옆 사람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향하게 하는 ‘관객의 입소문’이다. 요즘 홍보사와 극장측에서 연이어 개최하는 시사회는 이를 확연히 드러낸다. 홍보 방법 중 두 사람이 지하철에서 해당영화 칭찬을 하고 다니는 것도 있다니 관객의 입심은 무시할 수 없는 것임에 틀림없다. 평론가와 기자들의 영화에 대한 일차적인 정보제공이 개봉 첫 주를 사로잡는다면, 관객들의 입소문은 둘째 주 이후 흥행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힘이 된다. 최근 늘어난 영화관련 인터넷 사이트 역시 이러한 관객들의 영화전파에 한 축을 차지한다.
이밖에도 개봉관의 숫자, 제작 영화사, 영화제 수상여부-특히 최근 결정 난 미국의 아카데미상의 영향력은 크다-, 상영등급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최근에는 ‘일상’과 ‘추억’을 건드리는 소재가 유행이긴 하다. 결국 영화는 확률의 게임이다. 얼마나 좋은 재료를 잘 버무려 흥행에 접근할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영화인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쉬리>를 넘어선 <공동경비구역 JSA>가 이제 비디오 대여시장을 다시 한번 휩쓸고 있다. 이제 <공동경비구역 JSA>는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겨우 일년만에 새로 작성한 것 뿐만 아니라, 한미무역통상협정에서 뜨거운 감자 역할을 하는 스크린쿼터제-‘영화진흥법 제28조 (한국영화의 상영의무)’에 의해 극장은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1년에 106일 상영해야 한다.-유지에도 큰 몫을 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지나친 보호는 퇴화를 가져온다’는 불식을 떨치며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을 40%에 가깝게 올려놓았으니 말이다. 거기에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덧붙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경우, 시사회를 개최한 후 기자와 관객들의 반응을 본 극장측들이 앞다퉈 개봉 스크린 수를 늘릴 정도로 우호적인 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수익을 창출하는 식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화에 있어서 흥행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비슷한 예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들 수 있겠다. 개봉 전, -대부분 남자들로 구성된 평자들에 의해- 우호적인 반응을 입수하고, 사상최대를 넘어선 개봉관 수로 첫 주 흥행기록을 갈아 치웠다. ‘18세 미만 관객들이 얼마나 몰래 많이 볼 것인가?’와 ‘여성 관객들의 흥미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이지만, 그래도 좋은 시작임엔 틀림 없다.
괜찮은 구성과 흥미도로 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정지영 감독을 들 수 있다. 한국에 드문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들고 왔던 <블랙잭>과 소설만큼 영화적 재미도 충만한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같은 작품들의 연이은 실패는 여전히 영화계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에 반해 영화적 재미나 작품성보다 언제부턴가 흥행을 몰고 오는 장선우 감독 같은 이도 있다. 덜 여물었던 <성공시대>는 차치하고, <우묵배미의 사랑>과 <화엄경>으로 기대를 불렀던 그는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 돌연 방향을 틀었다. 제작과 소재의 이슈화는 제작자의 역할이 크다 하겠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바리공주>의 선전을 기대하지만, 전작 <나쁜영화>, <거짓말>로 이어졌던 ‘논란영화’들에 대한 우려는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영화의 흥행비결은 어디에 있는 걸까?
영화의 성공은 확률의 문제다. 아래서 다룰 요소들은 단지 흥행의 확률을 높일 수 있을 뿐이다. 어차피 불확정성의 재미를 만끽하는 인생일진대, 그 안을 함께 들여다보자.
흥행의 비밀 그 첫 번째는 ‘사회적 논점을 소재화’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연히 설정될 수도 있지만, 기획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의 패전이후로 강성대국을 꿈꾸던 레이건 정부 시절 만들어진 숱한 ‘전쟁영웅영화’-<람보>, <코만도>, <레드 스콜피온>같은-들이 탄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작년 6월 15일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포옹했다. 분단 반세기만의 이 사건은 신문의 전면을 두 사람이 채우고도 모자라 종일 TV에서 두 정상의 소식을 전할 정도로 관심의 초점이었다. 이어 8월 15일에 이루어진 남북 이산가족 상봉 중계는 세기의 최루성 드라마로 온 국민의 눈시울을 적셨다. 남북대치 상황하의 최전방, 판문점에서 일어난 총격전을 소재로 삼은 <공동경비구역 JSA>가 담고 있는 뜨거운 인간애는 우리의 상황과 맛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남북관계 진전을 소망하던 국민들을 관객으로 변화시키며 추석연휴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었다.
두 번째, ‘감독과 캐스팅’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흔히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의 첫 손에 꼽히는 것은 주연배우와 감독이다. 이 때문에 흥행을 몰고 오는 배우나 감독으로 인정을 받으면 천장부지의 출연료와 연출비를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 최초의 배우 재벌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있는 한석규씨도 미국의 경우를 대비시켜보면 조족지혈이다. 메이저 영화사 평균 제작비가 4000만 달러(한화 약 450억)를 넘어서는 지금, 특A급 남자배우들은 2500만 달러를 넘나드는 출연료에다 흥행에 따른 지분도 함께 챙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유명 감독의 경우도 비슷하다. 자신의 영화사들을 세워 영화의 힘으로 산업의 중심에 뛰어든 스필버그, 캐머론, 루카스의 경우가 그렇다. 제작사 측에서는 스타와 감독의 이름을 빌린 후에야 제작비를 모을 수 있고 이에 따른 비용 증가는 순환의 고리를 맺고 있다. 제작사의 바람에 정확히 비례하지 않더라도 관객은 여전히 자신들이 선호하는 배우와 감독을 찾아가고 있다. 영화가 설득하는 최소한의 고리만 가지고 있다면, 배우와 감독은 관객을 끌어들여 흥행을 이루는 커다란 열쇠다.
세 번째는 ‘대중 매체의 힘’이다. 영화에 대한 일말의 정보가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영화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일일이 토요일이면 극장에 가서 확인할 것인가, 아님 길가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통할 것인가? 매주 금요일이면 영화면을 마련하는 일간지를 비롯해 여섯 개의 영화전문 주,월간지와 모든 잡지들이 담고있는 영화정보와 공중파, 케이블TV, 라디오의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매체에서 알려주는 영화 정보의 양은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이들 매체가 칭찬하는 영화들은 적어도 개봉초기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통 영화들의 흥행성적은 개봉 첫 주말이 최상임을 생각할 때 매체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할 것은 가장 커다란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옆 사람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향하게 하는 ‘관객의 입소문’이다. 요즘 홍보사와 극장측에서 연이어 개최하는 시사회는 이를 확연히 드러낸다. 홍보 방법 중 두 사람이 지하철에서 해당영화 칭찬을 하고 다니는 것도 있다니 관객의 입심은 무시할 수 없는 것임에 틀림없다. 평론가와 기자들의 영화에 대한 일차적인 정보제공이 개봉 첫 주를 사로잡는다면, 관객들의 입소문은 둘째 주 이후 흥행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힘이 된다. 최근 늘어난 영화관련 인터넷 사이트 역시 이러한 관객들의 영화전파에 한 축을 차지한다.
이밖에도 개봉관의 숫자, 제작 영화사, 영화제 수상여부-특히 최근 결정 난 미국의 아카데미상의 영향력은 크다-, 상영등급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최근에는 ‘일상’과 ‘추억’을 건드리는 소재가 유행이긴 하다. 결국 영화는 확률의 게임이다. 얼마나 좋은 재료를 잘 버무려 흥행에 접근할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영화인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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