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의 사선(불어판)

< Shoot’em up > : 진정한 홍콩계 할리우드 영화

열혈연구 2007. 10. 9. 20:17

오우삼과 주성치, 타란티노가 함께 의기 투합해 만든 듯한, 많이 만화 혹은 게임 같고 한편으론 홍콩스러운 총싸움 영화.

 

 

감독 : 마이클 데이비스

상영시간 : 1시간 30(12세 미만 관람불가)

개봉일 : 2007 9 19

출연 : 클리브 오웬, 모니카 벨루치, 폴 지아마티 등

 

 

 

 

옛 영화에 대한 추억

누구에게나 가슴에 남아 있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아주 어릴 적 봤던 영화일 수도 있고, 학교를 빠져 나와 몰래 본 영화일 수도 있고, 연인과 함께 본 영화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는 말을 타고 광활한 벌판을 달리는 서부영화가, 어떤 이에게는 달콤한 음률에 뽀얀 화면이 깔린 멜로영화가, 혹자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를 쥐어짜야 했던 실험영화가 남아 있을 것이다.

 

연합고사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기까지 주어진 긴 방학 기간 동안 아마도 가장 많은 영화를 봤던 듯하다. 당시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던 영화들은 < 천녀유혼 >, < 폴리스 스토리 >, < 영웅본색 > 같은 홍콩발 영화였다. < 우리도 할말은 있다 >, < 대행동 >, < 타이거맨 > 같은 영화들이 준 강렬함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이 영화들에서 주인공들은 하늘을 날고, 발차기로 허공을 가르고, 목숨을 바쳐 총을 들고 발레를 했다. 홍콩말을 하던 그 시절 배우들과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자리를 잡고 영어를 하고 있는 지금, 홍콩스러운 영화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총으로 추는 춤

어두운 밤, 인적 드문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스미스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만삭의 여자를 목격한다. 이어 어떤 남자가 총을 들고 그녀의 뒤를 따라간다. 스미스는 그녀를 구하려다 총격전에 휘말린다.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 여자는 갓난아기를 낳고 목숨을 잃고만다. 곧이어 무슨 이유에선지 아기를 죽이려 하는 허츠 일당과 아기를 보호하고 이들의 음모를 캐내려는 스미스의 대결이 펼쳐진다.

 

< Shootem up, que la partie commence > 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 대초까지 동아시아를 호령하고, 미국으로 훌쩍 건너 간 홍콩 영화가 20년 동안 어떻게 할리우드에 녹아 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오우삼의 < 첩혈속집 >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감독 데이비스의 말처럼 바닥을 쓸어가며 쌍권총을 쏘는 스미스의 액션은 당시의 홍콩 영화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 모습이다.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던 무술 실력은 여기에서 총알로 놀이기구를 돌리는 사격 실력으로 변주되었다.

 

 

놓쳐서는 안될 사람들

< Shootem up >의 관람 등급은 12세 미만 관람 불가다. 16세를 받았던 < 올드보이 >보다 오히려 낮다. 처음부터 끝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총을 쏴대고 그만큼 많은 인물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감안한다면 분명 느슨한 등급처럼 보인다. 13세 관객이 < Shoot'em up >을 볼 수 있는 까닭은 영화가 주는 환각 작용에 기인한 것이다. 오우삼의 슬로우 모션에, 주성치의 허풍을 입히고, 타란티노의 피바다를 입혀 놓은 이 영화는 사실감보다 게임이나 만화 같은 환상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만화 원작임에도 실감 있게 연출된 < 올드보이 >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 Shootem up >은 오로지 액션에 목 말라 하는 관객을 위한 영화다. 오우삼보다는 서극 영화에 가까운 이 영화의 액션은 워쇼스키 형제나 타란티노, 로드리게즈 일당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확연한 선악대결, 권선징악적 결말, 고생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 주인공 같은 옛 액션 영화의 조건들이 그리운 사람들이라면, 멋있는 척하고 여유가 넘치는 스미스의 총솜씨에 한번쯤 빠져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