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으로 구분된 로봇군단들이 싸움을 벌이는 실사영화. < 나쁜 녀석들 >, < 더 록 >, < 아마겟돈 >, < 진주만 >, < 아일랜드 > 등으로 롤랜드 에머리히와 함께 거대영화 혹은 여름 영화 전문 감독으로 인정받는 마이클 베이의 신작.
감독 : 마이클 베이
상영시간 : 2시간 35분
개봉일 :
출연 :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 조쉬 뒤하멜 등
로봇 영화
흔히 현대 로봇의 이론적 틀을 잡은 이로 러시아 출신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를 꼽는다. 그가 내세운 로봇 3원칙은 이후 등장한 모든 로봇물들의 근간이 되었다.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로봇은 인간을 해쳐선 안되며 다치도록 방관해도 안된다.
2. 1에 위배되지 않은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1,2에 위배되지 않은 한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로봇이 주인공인 작품들은 크게 네가지 종류로 구분 가능하다. 하나는 인간을 죽이는 로봇으로서 크레타섬을 지키던 탈로스의 피를 이어 받은 것이다. 또 인간과 짝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존 짝패물*의 변형이다. 그리고 인간의 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한 작품들을 들 수 있다. 2005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 로봇 >이 정확한 예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을 다룬 작품들이 있다. 「피노키오」를 통해 익숙한 틀이다. 하지만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는 이러한 기존의 로봇 작품들과 근본부터 다르다. 우주의 한 구석에 인간과 같은 생명체로서 로봇이 그것도 변신로봇이 존재한다는 설정이다.
규모의 경제
고교생 샘은 꿈에 그리던 첫 자동차로 낡은 스포츠카를 손에 넣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의 자동차가 변신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제로 샘은 신비한 힘을 가진 큐브의 위치 정보가 담긴 할아버지의 유물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내 이를 둘러싼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쟁이 시작된다.
요즘은 몇 천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을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 스파이더맨 3 >, < 캐리비안의 해적 3 >에 이어 <해리포터 5>와 < 다이하드 4 >의 개봉 소식도 들려온다. 영화계에 규모의 경제가 구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D.W. 그리피스가 < 국가의 탄생 >을 찍은 것이 벌써 92년 전 일. 흑백 TV와 칼라 TV가 등장한 1930, 50년대, VHS가 보급된 1980년대에도 영화계는 보다 큰 볼거리로써 관객을 유혹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마도 영화는 규모에 대한 강박을 가진 매체인지도 모른다.
한대보다 10대 자동차를, 집보다 빌딩을 폭파시키고, 비행기와 우주선, 호화 유람선에 범선들까지 연달아 침몰시키던 거대 영화들의 전통은 마침내 < 트랜스포머 >에서 로봇들을 스크린 위에 살려 놓았다. 삐걱거리던 스톱모션도 배경과 들뜨던 구닥다리 CG도 아니다. < 트랜스포머 >는 거대한 볼거리라는 영화의 본성에 충실하다. 중동의 사막에서 미국의 도심까지 로봇들은 쉬지 않고 싸움을 벌인다. 번개 같은 동작과 연달은 폭발이 2시간 15분 상영시간의 절반을 좌우하며 관객의 눈을 현혹한다.
놓쳐서는 안될 사람들
마이클 베이 감독는 금속성 찬란한 < 트랜스포머 >가 차갑지 않기를 소원한 듯 보인다. 주인공 샘은 농담을 입에 달고 산다. 오토봇 군단의 로봇들은 귀여운 행동을 하려 서로 야단이다. 미국 대통령은 얼굴 한번 드러내지 않고 빨간 양말과 한마디 대사만으로 웃기기도 한다. 그러나 < 트랜스포머 >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몇단계의 준비가 필요하다.
지적 생명체로서 로봇의 존재, 오토봇들이 샘을 찾아낸 비결, 로봇보다 빨리 그것도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샘을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이 1단계다. 전투 장면에서 로봇의 종류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고, 어떠한 공격에도 살아남는 미군의 강력함마저 인정해준다면 2단계 통과다. 마지막 3단계는 순수한 영화애호가들의 몫이다. 그들은 라디오 방송을 편집해 말하는 범블비의 모습에서 알랭 레네의 < on connait la chanson >(1997)의 흔적을, 멋진 대사를 남기며 석양을 등진 옵티머스 프라임에게서 <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1994)의 엔딩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눈에 익은 조역들의 행진은 덤이다.
Buddy movie : 둘이 짝을 이뤄 사건을 벌이거나 해결하는 영화. 대표작으로 <내일을 향해 쏴라>나 <델마와 루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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