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의 사선(불어판)

<레지던트 이블2> 좀비, 액션 그리고 시리즈

열혈연구 2004. 10. 10. 07:17

레지던트 이블 2

-좀비, 액션 그리고 시리즈물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썼습니다. 이번 여름 내내 너무나 바빴거든요. 영화는 꾸준히 봐왔지만, 길게 이야기를 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봅니다. 간만에 쓴 글답게, 이 글의 덜컥이는 수준은 정말 대단합니다. ^^;  해서, 그냥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셔야한다는 겁니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가 아니라 깜짝 깜짝 놀래키는 재능이 뛰어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짐 캐리 주연의 <순결한 마음의 영원한 양지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에서는 좀더 유연하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2년전 <레지던트 이블>은 기대하지 않은 영화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짭짤한 재미를 선물했다. 원작을 갖고 있는 모든 영화가 넘어서야하는 그림자를 말끔히 떨어냈기 때문이다. SF 액션 전문 감독, 폴 W.S 앤더슨이 액션 호러에 가까운 원작 게임을 액션 스릴러로 바꾸어 놓은 공이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어 출시되는 게임팩과 같이 <레지던트 이블 2 : 네미시스>가 찾아왔다.

 

 영화의 초반은 최근 개봉한 좀비 영화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조지 로메로의 68년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이래 수없이 변주된 이것은 로빈우드의 정치학적 분석을 들이밀지 않아도 충분히 가슴 아픈 장르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이 좀비로 돌변해 남은 자를 죽이려하는 끔찍한 비극이기 때문이다(최근 좀비 영화는 최근 들어 새로운 설정을 추가했다. 바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레지던트 이블 2>에서 이 역할을 하는 것은 개이다. 때로는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들과 이 장면을 보는 것은 짜릿한 기분이었다). 좀비 영화로서 <레지던트 이블2>은 전혀 새롭지 않다. 심지어 몇 몇 신들은 <28일후.,. 28 Days Later>,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과 꼭 닮았다. 별반 새롭지 않은, 좀비들의 굼실 굼실한 공포는 전반의 충격만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주인공 앨리스의 등장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2편에 등장하는 앨리스는 1편의 앨리스와 다소 차이가 있다. T-바이러스가 퍼진 지하의 연구소 안에서 기억을 찾으려 뛰어다니던 그녀는 이제 라콘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좀비가 된 살아있는 시체들을 죽여야 한다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그런면에서 네메시스 계획에 의해 인간 병기가 된 매트와 다를 바없는 운명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급속도로 액션에 치중해간다. 강력한 주인공에 맞설만한 상대들의 등장은 액션의 수위를 높힌다. 놀랄만큼 번쩍이는 영상과 귀를 찢는 사운드와 함께 말이다.

 

 그러나 이 지점이 영화의 약점이기도 하다. 이는 최근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의 추세이기도 한 액션을 수없이 분절하는 행태 때문이다. 앨리스는 빌딩에서 수직으로 뛰어내려오고, 높은 담장을 뛰어 넘고, 헬리콥터의 기관총 회전 속도보다 빠른 몸놀림을 선보인다. 그런데, 정작 주먹을 휘두르는 싸움에서 우리는 그녀의 몸(full shot)을 아주 가끔씩 목격할 수 있을 뿐이다.

 

 클로즈업으로 자잘히 쪼개진 액션 쇼트들은 특이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중 세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아군과 적의 구분이 사라진다. 순식간에 움직이는 손과 발을 보면서 주인공과 상대역을 구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 과정보다는 결과에 치중하게 된다. 정확히 누가 누구를 때리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든 상태에서 쓰러진 인물과 서있는 인물의 모습만이 중요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액션 신에서는, 주인공의 능력이 절대적인 것에 접근한다.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적들, 그들이 쏘아대는 총알은 결코 주인공의 몸을 꿰뚫을 수 없다. 때로는 인체 관절의 작동 범위을 벗어나거나, 시간적으로 동시 처리가 불가능한 적들을 해치우면서 주인공의 능력은 궁극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할리우드 액션 영화는 자신들의 플롯을 보다 단순하게, 예상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관객은 주인공의 주먹과 다리만 보고서도 그가 승리하리라는 확신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지던트 이블2>는 시리즈물로서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T-바이러스와 좀비, 유전자 연구와 인간병기, 기억과 조종(control)을 기본틀로 하는 정체성을 형성한 것이다. 시리즈물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생존 문제도 해결했다. 이미 <레지던트 이블>은 자신의 뿌리인 게임과 구별된 길을 가고 있다. 아니 어쩌면, 감독을 바꿔가며 색다른 분위기로 찾아온 <에일리언> 시리즈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물같이 그를 따라 미칠 것이요. 폭풍이 밤에 그를 빼앗아갈 것이며 (시편 27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