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의 사선(국어판)

[미션 임파서블 2] 오우삼은 죽었다!

열혈연구 2001. 9. 4. 22:47
@향수(鄕愁): 홍콩영화
대부분의 홍콩영화는 이제 3류로 접어 도매금취급이다.

3중국
가장 화려했던 홍콩은 97년 7월을 맞으며 큰 중국의 자치구로 편입되었고, 가장 큰 시장과 제작을 자랑하던 이들의 영화는 때를 전후로 온데 간데 없이 숨어버렸다.

그 시절
무협과 갱스터, 도박과 코미디가 어우러진 홍콩 영화 래퍼토리는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90년대, 홍콩 영화의 시대 마지막을 장식하듯 왕가위는 마지막 남은 홍콩장르들의 성질과 형식을 변형시켜 선보여 관심과 상들을 쓸어모았고 이제 홀로 남아 자신의 영화 상인으로 되어 전전하고 있다.

이제 20년 영광 뒷켠에 남은 감독과 배우들을 영화시장의 보물섬 헐리웃으로 수출하는 신세인 홍콩.

수출인중 선두를 달리는 오우삼의 네 번째 영화 '미션 임파서블 2(이후 'MI2')'에서 본 것은 바로 화려한 홍콩시대의 향수였다.

영화의 시작은 예의 익숙한 '지령전달'.
암벽사이로 끼운 손과 발끝, 어깨로 이어지는 근육을 보며 느낀 긴장의 실체 일부가 비싼 배우의 몸값, 즉 스타산업에 이미 중독된 소심한 관객의 한심한 실존인 것을 한탄하는 사이.
지령을 전달하는 멋진 선글래스의 폭파시간은 5초로 당겨졌지만, 여전히 느긋한 IMF(^^:Impossible Mission Force)요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끝나버린 휴가에서 존재 없는 스파이로 첫 번째 포섭대상 니아(댙디 뉴튼)를 찾으러 떠난다.

홍콩의 오우삼을 기억하는 모두가 미국의 존 우를 만났을 때도 여전히 반가울 수 있었던 건, 동양 감독의 출세기와 더불어 사랑해 마지않던 스타일의 확인 때문이지 않을까. 이제는 색깔 잔뜩 묻힌 화면을 늘여 자르고 이어 붙이거나(step printing), 광각 렌즈로 실내 인물들을 찍고, 인물들이 엉뚱한 대사를 주저리면 '왕가위 식'이라 하는 것처럼 분명한 오우삼의 것들 말이다.


@두 명의 나르시시스트.

'Face off'는 어쩌면 오우삼의 헐리웃 최고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르시시즘적 자기반영, 즉 매너리즘의 극치에 서있는 지금의 그가 자신이 가진 모든 애정물들과 클리셰를 동원해 성공적인 이야기 구조를 이루어냈음은 물론 유려한 화면 역시 선보인 유일한 'Made in USA'다.

이단에게 주어진 미션은 인체 침투 후 20시간이면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치명적 바이러스 키메라와 백신 벨레로폰을 탈취한 앰브로즈(더글레이 스콧)에게서 이 둘을 탈취하는 것. 이단은 니아를 옛 애인 앰브로즈의 거처에 침투시키고, 바이러스 발생의 비밀을 캐러 나선다.


그 옛날 '브랫 팩 중 존재 희미했던 톰 크루즈는 어느덧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해 배우와 제작자로 군림하고, 자신의 두 번째 '미션'에 '총알발레' 오우삼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숱하게 익숙한 화면들처럼 확연한 겉모양만큼, 오우삼의 소리는 내용에 근접해 살펴보면 가냘퍼 들릴 뿐이다.

두 명의 나르시시스트가 만난 힘 겨루기의 장(場), 'MI2'에선 톰의 승리.

톰은 등장한 모든 영화들보다 위험한 임무를 헌신적으로 수행하면서 사랑까지 지켜낸 '007'적 영웅으로 자신을 추켜 올려놓았지만, 옛날 화려했던, 의리로 자신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던 오우삼의 영웅들은 흔적 없다.

돌이켜 생각해 보라.
오우삼의 영화가 빛났던 건 하나아닌 여럿의 의리와 대립이 빚어낸 상충효과가 확연할 때였다. 어쩌다 '제 5전선'의 '불가능한 임무'는 이단만의 것이 되고 팀(team)은 기껏 비싼 구두나 헬리콥터의 성능에 더 관심인가.



@패러디 영화

이단의 조사 결과, 감기 백신을 개발하다 만들어낸 벨레로폰과 키메라는 바이오사이트라는 제약회사와 연결되어 있었다. 키메라를 몸에 넣어 이동중이던 네코비치 박사를 죽여버린 앰브로즈는 돌아온 연인 니아와 이단의 관계를 알아내고 대결과 바이러스,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시작한다.

몇 년이 지나면 'MI2'는 패러디 영화로 분류될 지 모른다.
전편 '미션 임파서블'을 비롯해 오우삼의 전작(前作)들을 열심히 베껴놓은 성의를 보면 그렇다.

'영웅이 존재하기 위해선 악당이 있어야한다.'는 네코비치 박사의 말을 반복 재생하는 것은 시간의 제한과 살상력에 있어서 키메라에 훨씬 못 미치는 앰브로즈로 인해 지루한 연설이 되었다.

한시간 반을 지루하고 간단한 '임무'로 끌어오던 영화는 엉뚱하게 달려온 앰브로즈의 두 부하, 그들의 모터사이클로 기다린 보람을 드디어 선물한다.

섬과 다리, 도심과 해변을 관통하는 두 대의 모터사이클이 보여준 액션은 씁쓸한 뒷맛을 남길지라도 순간만큼은 진한 맛을 주는 양념과 향신료 가득한 요리 같다. 딱 그만큼 멋지다.

드 팔마가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은 이제와 돌이켜보니 짜임새 있는 플롯과 적절한 미스터리, 살아있는 요원들과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가진 멋진 영화였다.

적어도,
오우삼의 이단, 아니 톰의 이단에겐 'Adequately possible mission'일 뿐이다.

그립지 않은가.
배기량은 작지만 멋지게 넘어지던 종행사해의 '모터 사이클'과
마지막 대결 전 눈부시게 날아가던 첩혈쌍웅의 '비둘기'와
쌍권총과 칼을 쥐고 멋지게 죽어간 영웅본색의 '사내들.

영웅은 이제 살아있지만.
오우삼은 아직 죽어있다.



네 눈은 바로 보며 네 눈꺼풀은 네 앞을 곧게 살펴(잠언 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