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의 사선(불어판)
<헬보이> 단순왕
열혈연구
2004. 8. 15. 08:02
단순왕
이 글은 최근 시작한 '싸이질'의 일환으로 쓴 글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까닭이 있습니다. 개중 셋만 꼽으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는 이곳에서 제가 보는 영화들의 절반 가량이 우리나라에서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개봉작의 글만 여러분과 만날 수 있는 까닭에 더 부지런히 써보려고 한 것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다음에 올리기에는 좀 짧은 듯한, 가벼운 글쓰기입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뻔한 '아는 척'에 대한 살풀이 같은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흔히 좀 '폼나는' 글에서는 할 수 없는 성향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의도는 이러했는데, 정말로 그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부디 여러분에게도 가볍고 편한 글이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복잡하다. 요즘 영화들 역시 복잡하다. 주인공들은 '세상의 모든 고민 혼자 얼싸안'은 듯, 하나같이 혼란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들도 그렇다.
이런 경향은 벌써 15년이 넘게 지났다. 80년대를 마감한 팀 버튼의 <배트맨>은 거의 모든 코믹스 출신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답습할 공식을 만들어냈다. 고딕과 그로테스크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이 영화의 분위기는 <슈퍼맨>이 보여준 영웅담과는 사뭇 달랐다. 어둡고 음습한 과거와 함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영웅이 일상과 임무라는 배반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공식은 최근까지 반복되어 왔다.
길레르모 델 토로가 <헬보이>를 손에 넣은 것이 1998년이라고 하니 <엑스멘>과 <스파이더맨>이 제작을 준비하고 있던 찰나이다. 그들보다 늦게 세상에 나온 4년동안, 토로는 <헬보이>가 품을 만한 <배트맨>의 흔적들을 싹 털어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맘에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를 가르라한다면, 필자는 전자의 손을 들어주겠다. 배우도 좋고 감독도 좋다. 무엇보다 답답한 세상에 복잡한 머리를 가뿐히 덜어내 준 헬보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우선 헬보이의 캐릭터 중 반가운 것이 있다. 친근하기 그지 없는 강력한 오른 주먹. 바로 '주먹대장'의 오른손이 그에게 있다. 헬보이는 왠만해서 끄떡없는 몸과 뭐든 때려부술 수 있는 주먹 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한다.
헬보이는 세상을 멸망에 빠뜨리려는 라스푸틴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 그런데 그의 동기가 생각만큼 거창하지 않다. 지구의 평화를 유지하고 세상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들의 신념이 아니다. 그는 단지 양아버지를 죽인 녀석들에 대한 복수를 하려한다. 따뜻한 마음과 강력한 힘을 가진 이 슈퍼 히어로는 '수련'이라는 단계를 생략한채 '복수'라는 고전적인 동기를 이용해 바로 '복수'에 도달한다.
영화는 강력한 악당의 커다란 음모에도 불구하고 자질구레한 사건의 단계적 누설이 없기 때문에 무척 단순해보인다. 여기에 길이 없으면 주먹으로 뚫어 만들어내는 헬보이의 단순함이 더해져 여간 깔끔하지 않다.
아마도 토로가 만든 헬보이는 슈퍼히어로 사상 가장 단순한 정신세계의 영웅일 것이다. 지옥에서 소환된 아기 헬보이 때부터 그랬다. 그가 미국의 품에 안긴 이유가 다름아닌 초코바였으니 말이다. 6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이름처럼 소년이다. 과자를 먹고 우유를 마시며 아버지 몰래 담배를 피우는 그의 행동들은 어둡고 음습한 영웅의 모습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헬보이는 이제 더이상 소년으로 남아있지 않을 듯하다. 그는 2시간 짜리 세상에서 보호자이자 지원자였던 아버지를 잃고, 사랑을 찾았다. 토로 감독이 청년이 된 또 다른 <헬보이>를 들고온다면 좋겠다.
그의 형제를 사랑하는 자는 빛 가운데 거하여 자기 속에 거리낌이 없으나. (요한1서 2:10)
이 글은 최근 시작한 '싸이질'의 일환으로 쓴 글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까닭이 있습니다. 개중 셋만 꼽으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는 이곳에서 제가 보는 영화들의 절반 가량이 우리나라에서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개봉작의 글만 여러분과 만날 수 있는 까닭에 더 부지런히 써보려고 한 것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다음에 올리기에는 좀 짧은 듯한, 가벼운 글쓰기입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뻔한 '아는 척'에 대한 살풀이 같은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흔히 좀 '폼나는' 글에서는 할 수 없는 성향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의도는 이러했는데, 정말로 그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부디 여러분에게도 가볍고 편한 글이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복잡하다. 요즘 영화들 역시 복잡하다. 주인공들은 '세상의 모든 고민 혼자 얼싸안'은 듯, 하나같이 혼란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들도 그렇다.
이런 경향은 벌써 15년이 넘게 지났다. 80년대를 마감한 팀 버튼의 <배트맨>은 거의 모든 코믹스 출신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답습할 공식을 만들어냈다. 고딕과 그로테스크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이 영화의 분위기는 <슈퍼맨>이 보여준 영웅담과는 사뭇 달랐다. 어둡고 음습한 과거와 함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영웅이 일상과 임무라는 배반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공식은 최근까지 반복되어 왔다.
길레르모 델 토로가 <헬보이>를 손에 넣은 것이 1998년이라고 하니 <엑스멘>과 <스파이더맨>이 제작을 준비하고 있던 찰나이다. 그들보다 늦게 세상에 나온 4년동안, 토로는 <헬보이>가 품을 만한 <배트맨>의 흔적들을 싹 털어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맘에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를 가르라한다면, 필자는 전자의 손을 들어주겠다. 배우도 좋고 감독도 좋다. 무엇보다 답답한 세상에 복잡한 머리를 가뿐히 덜어내 준 헬보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우선 헬보이의 캐릭터 중 반가운 것이 있다. 친근하기 그지 없는 강력한 오른 주먹. 바로 '주먹대장'의 오른손이 그에게 있다. 헬보이는 왠만해서 끄떡없는 몸과 뭐든 때려부술 수 있는 주먹 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한다.
헬보이는 세상을 멸망에 빠뜨리려는 라스푸틴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 그런데 그의 동기가 생각만큼 거창하지 않다. 지구의 평화를 유지하고 세상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들의 신념이 아니다. 그는 단지 양아버지를 죽인 녀석들에 대한 복수를 하려한다. 따뜻한 마음과 강력한 힘을 가진 이 슈퍼 히어로는 '수련'이라는 단계를 생략한채 '복수'라는 고전적인 동기를 이용해 바로 '복수'에 도달한다.
영화는 강력한 악당의 커다란 음모에도 불구하고 자질구레한 사건의 단계적 누설이 없기 때문에 무척 단순해보인다. 여기에 길이 없으면 주먹으로 뚫어 만들어내는 헬보이의 단순함이 더해져 여간 깔끔하지 않다.
아마도 토로가 만든 헬보이는 슈퍼히어로 사상 가장 단순한 정신세계의 영웅일 것이다. 지옥에서 소환된 아기 헬보이 때부터 그랬다. 그가 미국의 품에 안긴 이유가 다름아닌 초코바였으니 말이다. 6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이름처럼 소년이다. 과자를 먹고 우유를 마시며 아버지 몰래 담배를 피우는 그의 행동들은 어둡고 음습한 영웅의 모습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헬보이는 이제 더이상 소년으로 남아있지 않을 듯하다. 그는 2시간 짜리 세상에서 보호자이자 지원자였던 아버지를 잃고, 사랑을 찾았다. 토로 감독이 청년이 된 또 다른 <헬보이>를 들고온다면 좋겠다.
그의 형제를 사랑하는 자는 빛 가운데 거하여 자기 속에 거리낌이 없으나. (요한1서 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