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의 사선(국어판)

<스타워즈 에피소드2> 오직 포스만이

열혈연구 2002. 7. 13. 10:59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 오직 포스만이

<스타워즈> 시리즈를 평한다는 것은 이미 지나친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반세기에 걸쳐 자신의 백성을 키워가는 영화는 그리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들은 학자들의 손에 넘겨 차근히 쪼개지고 정리되며 미래를 예측하는 텍스트로 남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당신이 그 작업을 시작할 지도 모르겠군요.



<스타워즈>의 강점은 알수록 즐길 수 있는 텍스트의 풍성함이면서 개별로 접해도 어색하지 않는 단순한 스토리다. 루카스가 2005년까지 3년 단위로 계획한 새로운 에피소드 세편의 주제는 다스 베이더의 과거에 대한 첨부이다. 수많은 코스튬과 액션 피겨를 생산해낸 <스타워즈>의 힘은 캐릭터의 신비함에 있고, 그것을 가능케 한 모든 것을 ‘포스’라 부른다. 에피소드 4,5,6을 거쳐 가장 신비로운 다스 베이더와, 스카이 워커의 관계는 새로운 시리즈를 무덤에서 살려낸 것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 클론의 습격>(이후 <에피소드2>)의 핵심은 단연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파드메 아미달라의 로맨스다. 결말에서 시작하는 콜롬보 시리즈처럼 이미 둘의 파국을 알고 있는 관객에게 관계의 절차를 하나씩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문제는 ‘어떻게 보여주느냐’다. 루카스는 스카이워커와 아미달라의 관계를 보호자와 피보호자로 설정하여 나이의 간격을 극복한다. 이어 아미달라 여왕의 피난 과정은 돌연 둘의 로맨스로 변형되는데, 극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퀀스임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의 악명 높은 교차 편집(혹은 점프 컷이라 해도 틀리지 않은)으로 인해 감정의 굴곡은 덜컹거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어색한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연기가 한 몫을 담당한다.

또 이 신들에서는 피터 잭슨의 최근작 <반지의 제왕>시리즈에서도 엿보이는, 실제 풍광과 세트 촬영의 결합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 발생하는 어색함이 두드러진다.(전편에 걸쳐 디지털 촬영은 아날로그 영사 시스템에서 탈색을 면치 못한다) 배경을 비추는 자연광은 인물을 비추는 인조광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스타워즈> 초기 시리즈의 매트 페인팅을 연상시키고 만다.

4,5,6편 이후 전반 삼부작이 연결되는 <스타워즈>의 특이한 제작 절차는 자신의 시리즈를 직접 변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시리즈 물과 구별된다. <슈퍼맨>, <배트맨>, <인디아나 존스>, <람보>, <대부>, <터미네이터>, <록키>, <에일리언>, <총알 탄 사나이>, <할로윈>, <나이트 메어>, <13일의 금요일> 등 장르를 망라한 시리즈 물은 흔히 전작의 인물과 사건이 연결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스타워즈>는 자신의 소재들을 끌어들여 모양을 바꿔놓고, 관객에게 발견의 재미를 선물한다.

그러한 상례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에서도 다르지 않다. 아나킨이 카운트 두크의 광선검에 오른팔이 잘리는 것은 루크 스카이 워커가 다스 베이더에게 잘리는 것과 겹쳐진다.(이어지는 의수 장면도 마찬가지다) 또 콰이곤 진과 오비완 케노비의 사제관계는 오비완과 아나킨, 오비완과 루크, 요다와 루크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되며 존경과 반목이 항상 교차한다. 포획 당해 공중에 떠 있는 오비완의 모습은 벽에 갇힌 한 솔로를 연상케하며 아미달라의 행동과 머리 모양은 레아 공주의 것과 유사하다. 덧붙여 루크가 수련하던 모습을 아이들이 단체로 흉내냄으로써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나아가 <스타워즈 에피소드2>는 자신이 행한 SF역사의 영향을 돌려 받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이전 시리즈에서 살펴 볼 수 없는 비오는 행성 카미노와 코루산트의 야경은 <블레이드 러너>의 색감을 품고 있다. 초반에 보여진 추격신은 <제 5원소>와 수직으로 뛰어내리는 액션까지 꼭 닮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연상되는 공장신은 물론 <벤허>의 피를 물려받아 <글레디에이터>에 이른 원형 경기장은 <에피소드1>에 이어 루카스에게 스케일과 연결되는 공식과도 같다. <에피소드2>는 다른 시리즈 보다 월등히 많은 액션신을 가지고 있다. 초반 암살범을 쫓는 것에서부터 후반부 거의 전체를 채우고 있는 제노시스 행성내의 공장, 원형 경기장, 사막의 전투신들은 로맨스로 늘어진 극의 짜임새를 바짝 조인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다름아닌 줌 인(Zoom In)의 사용이다. 멀리 있는 사물을 가깝게 당겨주는 줌 렌즈의 특성은 가정용 캠코더의 촬영에나 이용되는 실정이다. 이 또한 캠코더 촬영교재를 찾아보면 ‘과도한 줌의 사용은 작품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식의 글귀가 적혀 있기 마련이다. 특히 극영화에서의 사용은 70년대 이후 거의 사장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클 니콜스의 1967년작 <졸업 The Graduate>은 사이먼과 가펑클의 주옥 같은 노래와 더불어 줌 렌즈의 활용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이후의 영화에서 줌렌즈의 사용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1974년작 <도청 The Conversation>의 경우처럼 극 중 인물의 줌렌즈의 사용과 동일시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극히 제한된다. 최근에는 인물의 시선과 연결시킨 퀵줌(Quick Zoom)만이 남아 있을 뿐, 전통적인 줌 렌즈의 사용은 거의 사라졌다 하겠다.

그런데, 루카스는 세군데의 액션신에서 평범한 줌 인을 과감하게 사용한다. <스타워즈>의 편집은 엉성하기로 악명이 높다. 시퀀스의 연결은 옛스러운 장면 전환 방법인 와이프(wipe)로 무성영화의 자막 효과를 기대하며, 특히 집단 전투신은 공격과 파괴가 반복되는 샷-리버스샷(Shot-Reverse Shot)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스타워즈>의 전투신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블록 버스터의 공식인 ‘규모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루카스는 옛 기억 같은 줌인을 살짝 집어 넣는 유머를 사용했고 그 효과는 성공적이다.

이제 일정상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미지의 것은 <스타워즈 에피소드3> 뿐이다. “스타워즈는 여섯편이 전부다.”라고 루카스가 말했지만, 꼭 그러리라고 생각하기는 싫다. 어빈 커쉬너나 리처드 마퀀드에게 맡겼던 5,6편의 경우를 봐서도, 그가 감독한 작품보다 각본이나 제작한 작품이 더 좋았던 전례를 봐서도, 7편 이후로 이어지는 귀여운 소설들을 봐서라도 2014년까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타워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에 대한 평가를 이미 넘어섰다. 그것은 루카스의 상업적인 계략도, 스타워즈 광들의 열망 때문도 아니다. 오직 포스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다윗이 달려가서 블레셋 사람을 밟고 그의 칼을 그 집에서 빼어내어 그 칼로 그를 죽이고 그 머리를 베니 블레셋 사람들이 자기 용사의 죽음을 보고 도망하는지라. (사무엘 상 17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