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의 사선(국어판)

<수어사이드 스쿼드> DC의 반타작 전략

열혈연구 2016. 8. 6. 23:06

데드샷할리퀸조커킬러 크록엘 디아블로인챈트리스캡틴 부메랑슬립낫 , 릭 플래그카타나 그리고 아만다 월러로 구성된 수어사이드 스쿼드 프로젝트특별한 능력을 지닌 악당들을 활용해 거대한 악에 맞선다는 일종의 이이제이 전략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스폰블레이드데드풀 등 나쁜 남자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짜 악당들이다.

 

여럿이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문제는 교통정리다마블은 깔끔한 캐릭터 교통정리로 슈퍼히어로 장르를 장악했다같은 시간대에서 진행되는 각 캐릭터들의 개별영화를 <어벤져스시리즈에서 뭉치게 하는 방식이다. DC <저스티스리그>를 가동한 것도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성공에 자극 받았기 때문이다이미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으로 조심스레 간을 봤다자사의 최고 인기 캐릭터끼리 싸움을 붙이는 자극적인 시도였다(이 영화의 실패는 제목의 탓이 절반이다.  관심이 쏠린 두 영웅의 대결은 흐지부지했고저스티스리그의 조직을 다짐하는 배트맨의 대사는 너무 늦게 나왔다).

 

캐릭터의 비중은 배우의 이름값 또는 출연료와 관계 있다일반적으로 비중은 이름값에 비례한다그러나 너무 비싼 출연료는 오히려 비중을 낮추기도 한다기획 시점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타이틀 롤은 윌 스미스가 연기한 데드샷이었던 듯하다시작도 그의 소개다멋진 포즈로 자동차 위에 올라가 인챈트리스의 좀비들을 죽이던 그를 떠올려보라그는 살인을 업으로 삼는 악당이지만 딸에게는 꼼짝하지 못하는 아빠다그가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에 합류를 약속하며 내세운 조건은 정말 빵 터진다아이비리그와 장학금이라니

 

비밀 유지를 위해 자신의 수족을 과감히 처단하는 사령관 아만다 월러마녀 인챈트리스와 하나된 준 문을 사랑하는 부사령관 릭 플래그해골 문신을 한 외모와 달리 죄책감에 휩싸여 있는 엘 디아블로까지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인물들은 영화의 생기를 더한다그중 조커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미친’ 할리퀸의 존재는 단연 돋보인다어디로 튈지 모르는 할리퀸의 행동과 대사는 짧은 반바지 만큼이나 관심을 끈다.

 

물론 모두에게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분량 만큼이나 존재감이 모호한 조커는 차치하더라도나노폭탄의 성능을 몸소 검증한 슬립낫이나어색한 일본어를 남발하는 보디가드 카타나독특한 비주얼에 비해 매력도 존재감도 모호한 킬러 크록과 캡틴 부메랑은 단연 실패한 캐릭터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캐릭터가 거의 전부다마블이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의 영화화 권리를 팔아 파산을 면한 것도 캐릭터의 힘이었다배우가 늙으면 리부팅하면 그만이고심지어 죽어도 살려내면 된다중요한 것은 영화 한편이 망하더라도캐릭터의 매력은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그런 면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성공한 영화다독특한 캐릭터 12개를 스크린에 던져 반타작을 했다이들을 잘 살려내면마블을 압도하던 그 시절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슈퍼맨의 죽음을 이야기의 기점으로 하고배트맨의 저스티스리그 구성을 종점으로 한 것은 절묘한 선택이다.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는 말도 안되는 악당들이 우정을모두가 인정하는 영웅들은 분란을 논하는 야누스의 두얼굴 같은 형태를 보일 수도 있다마블이 아직 손을 대지 못한두개의 통합영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슈퍼맨을 되살리고크리스토퍼 놀란이 떠난 배트맨을 띄울 것이냐다

 

DC의 부활여부는 10개월 후에 찾아올 <원더우먼>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유일하게 돋보였던 바로 그녀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도 만만치 않다조커의 연인인지 노예인지 모호한 정체성 해결이 관건이긴 하지만, DC의 미래는 이 두 여성 캐릭터의 어깨에 달려 있는 듯 보인다미국의 여성 대통령시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