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 DC의 반타작 전략
데드샷, 할리퀸, 조커, 킬러 크록, 엘 디아블로, 인챈트리스, 캡틴 부메랑, 슬립낫 , 릭 플래그, 카타나 그리고 아만다 월러로 구성된 수어사이드 스쿼드 프로젝트.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악당들을 활용해 거대한 악에 맞선다는 일종의 이이제이 전략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스폰, 블레이드, 데드풀 등 나쁜 남자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짜 악당들이다.
여럿이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문제는 교통정리다. 마블은 깔끔한 캐릭터 교통정리로 슈퍼히어로 장르를 장악했다. 같은 시간대에서 진행되는 각 캐릭터들의 개별영화를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뭉치게 하는 방식이다. DC가 <저스티스리그>를 가동한 것도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성공에 자극 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조심스레 간을 봤다. 자사의 최고 인기 캐릭터끼리 싸움을 붙이는 자극적인 시도였다(이 영화의 실패는 제목의 탓이 절반이다. 관심이 쏠린 두 영웅의 대결은 흐지부지했고, 저스티스리그의 조직을 다짐하는 배트맨의 대사는 너무 늦게 나왔다).
캐릭터의 비중은 배우의 이름값 또는 출연료와 관계 있다. 일반적으로 비중은 이름값에 비례한다. 그러나 너무 비싼 출연료는 오히려 비중을 낮추기도 한다. 기획 시점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타이틀 롤은 윌 스미스가 연기한 데드샷이었던 듯하다. 시작도 그의 소개다. 멋진 포즈로 자동차 위에 올라가 인챈트리스의 ‘좀비’들을 죽이던 그를 떠올려보라. 그는 살인을 업으로 삼는 악당이지만 딸에게는 꼼짝하지 못하는 아빠다. 그가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에 합류를 약속하며 내세운 조건은 정말 빵 터진다. 아이비리그와 장학금이라니!
비밀 유지를 위해 자신의 수족을 과감히 처단하는 사령관 아만다 월러, 마녀 인챈트리스와 하나된 준 문을 사랑하는 부사령관 릭 플래그, 해골 문신을 한 외모와 달리 죄책감에 휩싸여 있는 엘 디아블로까지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인물들은 영화의 생기를 더한다. 그중 조커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미친’ 할리퀸의 존재는 단연 돋보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할리퀸의 행동과 대사는 짧은 반바지 만큼이나 관심을 끈다.
물론 모두에게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분량 만큼이나 존재감이 모호한 조커는 차치하더라도, 나노폭탄의 성능을 몸소 검증한 슬립낫이나, 어색한 일본어를 남발하는 보디가드 카타나, 독특한 비주얼에 비해 매력도 존재감도 모호한 킬러 크록과 캡틴 부메랑은 단연 실패한 캐릭터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캐릭터가 거의 전부다. 마블이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의 영화화 권리를 팔아 파산을 면한 것도 캐릭터의 힘이었다. 배우가 늙으면 리부팅하면 그만이고, 심지어 죽어도 살려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영화 한편이 망하더라도, 캐릭터의 매력은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성공한 영화다. 독특한 캐릭터 12개를 스크린에 던져 반타작을 했다. 이들을 잘 살려내면, 마블을 압도하던 그 시절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슈퍼맨의 죽음을 이야기의 기점으로 하고, 배트맨의 저스티스리그 구성을 종점으로 한 것은 절묘한 선택이다.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는 말도 안되는 악당들이 우정을, 모두가 인정하는 영웅들은 분란을 논하는 야누스의 두얼굴 같은 형태를 보일 수도 있다. 마블이 아직 손을 대지 못한, 두개의 통합영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슈퍼맨을 되살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떠난 배트맨을 띄울 것이냐다.
DC의 부활여부는 10개월 후에 찾아올 <원더우먼>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유일하게 돋보였던 바로 그녀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도 만만치 않다. 조커의 연인인지 노예인지 모호한 정체성 해결이 관건이긴 하지만, DC의 미래는 이 두 여성 캐릭터의 어깨에 달려 있는 듯 보인다. 미국의 여성 대통령시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