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
2분 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마술사가 사랑에 빠진다. 한편으론 핵 위험에 빠진 LA를 구하려하는데… 액션 영화 전문 감독 리 타마호리 연출. SF 소설계의 거장 필립 K. 딕의 원작.
감독 : 리 타마호리
상영시간 : 1시간 35분
개봉일 :
출연 :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안 무어, 제시카 비엘
소설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에는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는 주인공 류비세프가 있을 뿐이다. 매년 수십권씩 쏟아져 나오는 자아계발 서적들은 습관처럼 시간 활용을 말한다. 몇 년 전 불었던 ‘아침형 인간’열풍을 여전히 실천하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시간은 선형(linear)으로 흘러간다(물론 필름이 끊기기도 하지만). 그리고 우리는 시간을 비선형(nonlinear)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꿈꾼다. <Next>는 시간을 지배하고 싶은 인간의 꿈에서 시작한다.
라스베가스의 마술사 크리스는 남모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미래를 내다볼 뿐만 아니라 경험하고 바꿀 수도 있다. 어느날 도박장에서 크리스는 무장강도의 미래를 엿본다. 그리고 범행을 막으려던 그는 오히려 경찰과 FBI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한편에서는 LA에 핵폭탄을 터트리겠다는 테러가 진행 중이다. 크리스 앞에 운명 같은 사랑이 찾아온 것도 바로 이때. FBI와 테러범의 추격 속에서 크리스는 핵테러 계획을 파괴하고, 그녀 역시 지켜야 하는 운명을 마주한다.
알아보면 원작이 있는 영화들이 의외로 많다. 어림잡아 1/3은 되리라 본다. <다빈치 코드> 나 <해리 포터>처럼 너무 많이 알려진 영화들은 모른 채 지나갈 수도 없다. 작년 프랑스에서 인기를 끈 <Ne le dis à personne>, <OSS 117>, <La Maison du bonheur> 등은 원작이 있는 영화들이다. 지금 개봉중인 <Ensemble, c’est tout>도 그렇다. 여기에 만화류를 더하면 더 이상 셈하기가 힘들어진다.
<Next>의 원작자인 필립 K. 딕은 SF 소설계의 마틴 스콜세지 정도 되는 사람이다. 그의 작품에는 늘상 암울한 미래상과 통제된 인간성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그가 로버트 A. 하인라인,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등 3대 SF 작가에 들지 못했다 해서 그저 그런 2류 작가라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필립 K. 딕은 너무 가볍지 않은 SF를 원하는 현대 관객의 요구에 맞아 떨어지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로 각색된 SF 작가가 되었다. <블레이드 러너>가 열어 놓은 위대한 문은 <토탈 리콜>, <스크리머스> 등의 90년대를 지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 <Scanner darkly>, <Next>에 도달했다.
솔직히 말하면, <Next>는 필립 K. 딕의 영화라고 말하기 힘들다. <Next>에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고민하던 <블레이드러너>의 데커드나, 추정된 미래에 의해 낙인 찍힌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존, 지워진 기억을 찾으려 애쓰는 <페이첵>의 마이클의 흔적이 없다. 마술과 도박 그리고 여자를 꼬시는데 초능력을 사용하는 크리스는 이들보다 훨씬 가볍고 그래서 인간적이다.
<Next>는 리 타마호리 감독의 영화일 뿐이다. 타마호리 감독은 액션 영화의 한길을 걷고 있는 나름대로 뚝심있는 감독이다. <트리플 X 2>로 먹칠을 하긴 했지만, 긴장감 넘치는 액션의 홍수 속에 여유로운 주인공을 배치하는 감각은 제법이다. 주연을 맡은 느끼한 미소의 소유자 니콜라스 케이지는 시간을 지배하는 사나이를 느긋하게 연기해낸다. 여기에 어느새 단역 전문 배우가 되어버린 콜롬보 형사, 피터 포크를 만나는 씁쓸함과 니콜라스의 젊은 한국계 부인